1. 무엇?
'가정법'이 무엇인가 확인하기 위해 한 가지 초보적인 작업을 해 봅시다. 다음의 글에서 '가정법'을 찾아 보세요. 그 이전에 덤으로 '현재완료'를 찾아 보세요.
어떻습니까? 현재완료는 금방 찾으시겠지요? 첫 번째 줄의 'have been'이 '현재완료'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완료'를 찾으라는 질문은 그 자체가 어색하다는 것을 혹시 느끼셨나요? 사실 '현재완료'는 어떤 동사의 발생 시점을 말하는 것으로 그 시점을 표현하는 양식이 'have + p.p'로 나타나는 동사의 시제의 한 종류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방금전에 우리는 '현재완료'를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완료'로 쓰여진 동사'를 찾은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가정법'을 찾아 내셨나요? 위 문장에서 '가정법'을 찾으라고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주문하면 다음과 같이 참 다양한 답이 나옵니다.
여러분은 답은 무엇인가요? 답을 하기 전에 위 지문의 마지막 문장을 해석해 볼까요? 전후의 문맥관계를 고려하여 해석해 보면, '텔리비전 세트는 공허하게 거실을 향해 응시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다른 곳에서 그것에게 이미지들을 전송하고 있지 않다면' 정도가 됩니다. 자, 이 문장 속의 두 동사의 시제는 어떻게 되지요? '전송하고 있지 않는 것'은 현재(진행)의 상황이고, '응시하는 것'은 현재 기준의 미래의 상황아닌가요? 그렇다면 위 문장에서 'would stare'는 'will stare'로 바꾸어야 하고, 'were not transmitting'는 'is not transmitting'로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더구나 주어가 3인칭 단수인데 'was'가 아닌 'were'를 썼다는 것은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제대로 짚어 내셨습니다. 이렇게 '이상하게도 문맥상 시제와 맞지 않는 동사의 모양'을 쓰는 것, 다시말해 '의도적인 시제일치의 왜곡' 바로 이것이 '가정법'의 본질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어째건 그러므로 위 문제의 답은 ④번이 되겠지요. 물론 ④번도 정확한 답은 아닙니다. 즉, 우리가 찾은 것은, 앞서 우리가 '현재완료'를 찾은 것이 아니라 '현재완료로 쓰여진 동사'를 찾은 것처럼, '가정법'이 아니라 '가정법으로 쓰여 있는 동사'를 찾아 낸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정법'은 어떤 이유 때문에(이것은 아래에서 배우게 됩니다) 동사를 '문맥상의 시제와 맞지 않는 모양'으로 쓰는 '동사 표현법'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정법'이 '동사의 모양'의 문제이라면, '동사의 모양'은 그 동사의 '시제'에 따라 변하므로, '가정법'은 결국 '동사의 시제'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가정법'이라는 말은 정확히 표현하면 '가정법 시제'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즉, 영어에는 이전에 '시제 일치'에서 배운 '26시제'(이를 '직설법 시제'라고 부릅니다)와 그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가정법 시제'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앗! 미리부터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가정법 시제'에서도 '26시제'가 있어서 그 표를 암기해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가정법 시제'의 구성은 비교적 간단합니다('가정법 시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는 다음 강의에서 배우게 됩니다).
그렇다면 위 문제의 ①'if'나, ②'if절'이나, ③'문장전체'는 '가정법'이 아니란 말인가요? 당연히 '가정법'이 아니지요. '가정법' 다시말해 '가정법 시제'는 '이상하게도 문맥상의 시제와 맞지 않게 쓰인 동사의 모양'을 의미한다니까요... 다만, ①'if'는 조건부사절을 만드는 '접속사'에 불과하고, ②여기서의 'if절'은 동사가 '가정법 시제'로 쓰여 있는 '부사절'이고 ③여기서의 '문장전체'는 '가정법 시제로 쓰인 부사절'을 가지고 있고, 주절의 동사 또한 '가정법 시제'로 쓰인 '문장'인 것입니다.
이쯤 오면 어떤 학생들은 질문합니다. "선생님 그게 그거 아닌가요? 'if절' 즉, 조건절(조건부사절)이 있으면 가정법으로 써야만 하니까요.."라고.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다음의 지문에서 색칠된 부분을 해석해 보고, 그 문장의 동사들이 가정법으로 쓰여 있는지를 확인해 봅시다. 결론적으로 'if절'은 그냥 부사절일뿐, 'if절'이 있다고 해서 그 속에서도, 또한 '주절'에서도 반드시 가정법 시제로 쓰일 필요는 없습니다. 즉, 문맥상 '가정법 시제'로 써야 하는 상황이면 가정법 시제로 쓰는 것이고(언제 가정법 시제로 써야하는지는 다음 강의에서 배웁니다), 그렇지 않고 직설법 시제로 써야하는 상황이면 직설법 시제로 쓰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조건절이 있음에도 '가정법 시제'가 아닌 '직설법 시제'로 쓰는 경우는 아래의 예 외에도 얼마든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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